지난 6월 13일과 14일, 서울랜드에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에는 유난히 불빛이 많았다. 월디페가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해였고, 무대 위 이름도 그 숫자에 어울렸다. 예매 전에 라인업만 급하게 적어 둔 글을 그대로 두기엔 행사가 이미 끝났다. 지금 다시 볼 만한 정보는 “누가 온다”보다 그 이틀이 왜 올해 국내 EDM 일정의 기준점처럼 느껴졌는가에 가깝다.
20주년에 세운 가장 큰 무대
2026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서울랜드에서 이틀 동안 열렸다. 올해 포스터의 중심에는 Zedd, Marshmello, Armin van Buuren이 놓였고 Eric Prydz, I Hate Models, Loud Luxury, Gryffin, R3HAB 같은 이름이 장르의 폭을 넓혔다. 빅룸과 프로그레시브만 몰아넣은 라인업이 아니라, 멜로딕한 흐름과 테크노의 압력을 하루 안에서 오갈 수 있게 짠 구성이었다.
헤드라이너 이름만 보면 해외 대형 페스티벌의 축소판처럼 보일 수 있다. 현장에서 더 크게 체감된 건 국내 관객이 이미 이런 긴 러닝타임을 소화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앞줄 한 자리를 하루 종일 지키기보다 보고 싶은 셋을 정하고, 무대 사이를 옮기며 체력을 나누는 사람이 많았다. 라인업이 커질수록 ‘전부 본다’는 계획부터 버리는 편이 낫다.
이름값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던 조합
Zedd와 Marshmello는 첫 곡이 나오기 전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다. Armin van Buuren은 트랜스 팬에게 그 자체로 방문 이유가 됐다. 반면 Eric Prydz와 I Hate Models 쪽은 같은 시간대에 어디를 선택할지 고민하게 만든 이름이었다. 익숙한 히트곡을 따라 부르는 재미와 길게 쌓아 올리는 셋의 몰입감이 다른 방향이라, 취향이 선명할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국내 아티스트와 아시아권 DJ가 사이사이에 배치된 것도 좋았다. 해외 헤드라이너만 기다리는 긴 공백이 생기지 않았고, 오후부터 밤까지 온도를 단계적으로 올렸다. 페스티벌 라인업표는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이 이기는 시험지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결을 두세 개만 정확히 고르면 하루가 훨씬 선명해진다.
서울랜드는 편했지만, 이동 계산은 필요했다
서울랜드는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대신 입장 줄, 물품 보관, 화장실, 무대 이동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빠진다. 첫 셋 시작 직전에 도착하는 일정은 실제로는 한 팀을 놓치기 쉽다. 일찍 들어가 동선을 한번 훑고, 밤에 꼭 볼 무대 주변의 퇴장 방향까지 눈에 익혀 두는 편이 편했다.
- 휴대폰 배터리는 사진보다 귀가 동선 확인에 더 필요했다.
- 낮에는 그늘과 물, 밤에는 얇은 겉옷이 체력을 갈랐다.
- 친구와 헤어졌을 때 만날 지점을 입장 직후 정해 두는 게 유용했다.
- 마지막 셋을 끝까지 볼지, 막차보다 먼저 움직일지 미리 합의하는 편이 좋았다.
올해 월디페에서 남은 아쉬움
대형 페스티벌의 고질적인 문제도 있었다. 인기 아티스트 시간이 겹치면 어느 쪽을 골라도 아쉽고, 사람이 몰린 구역에서는 무대를 즐기기보다 빠져나오는 데 집중하게 된다. 현장 결제와 통신이 잠깐씩 답답해질 때를 대비해 필요한 정보는 캡처해 두는 게 안전하다. 화려한 영상 몇 초만 보고 즉흥적으로 가기에는 티켓, 교통, 식음료까지 들어가는 비용도 작지 않다.
그래도 스무 해를 버틴 국내 EDM 페스티벌이 지금 규모의 라인업을 서울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는 남는다. 2026 월디페는 ‘한국에서도 가능한가’보다 ‘다음에는 무엇을 더 잘할까’를 묻게 한 해였다. 이제 관객이 기대하는 건 해외 스타 한두 명을 데려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간표의 설계, 현장 운영, 귀가까지 한 묶음으로 좋아져야 한다.
다음 월디페를 기다린다면
내년 공지가 뜨면 가장 먼저 볼 건 헤드라이너보다 개최지와 운영 시간이다. 그다음 1차 라인업에서 취향에 맞는 이름이 세 팀 이상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얼리버드 가격 때문에 급해져도 동행과 귀가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하루쯤 생각할 여유가 있다. 반대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국내에 자주 오지 않는다면, 그 한 팀만으로도 표값의 이유가 생긴다.
올해 행사를 놓쳤다면 짧은 영상만 연달아 보며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공식 채널에 올라오는 애프터무비와 다음 공지를 확인하고, 내가 좋아했던 셋의 풀 영상이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보는 편이 오래 간다. 페스티벌은 이틀에 끝나도, 취향을 새로 발견한 사람에게는 그다음 계절까지 이어진다.
확인한 자료: 뉴시스 20주년 라인업 보도 · 스포츠경향 행사 종료 보도 · NOL 티켓 공식 포스터. 행사 일정과 출연진은 2026년 7월 17일 기준으로 다시 확인했다.